피터 강 하버드대 교수 "한국 바이오허브 가능성 충분, 맞춤형 전략 필요"

입력 2022-10-06 16:07   수정 2022-10-06 16:08

"대학은 논문을 출판하고 그랜트(보조금)을 받는 데에 집중하는 기관입니다. 기업은 상품 개발과 펀딩이 중요한 곳이죠.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을 위해선 이 둘의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피터 강 하버드 의대 교수는 지난 4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보스턴의 베스이스라엘디코니스병원(BIDH)에서 심장내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한국과 미국을 잇는 중개임상 전문가로 꼽힌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 교수는 국내에서도 신약 개발 성과를 내려면 산학 협력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대학들의 산업 특허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1990년대 베이돌액트법이 만들어지면서다. 이전까진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정부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은 연구 특허는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베이돌액트법은 연방 정부 등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물을 기업이나 대학 등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법이 만들어진 뒤 미국 대학연구소의 특허 건수는 1985년 594건에서 2008년 2891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연구 결과물의 소유권을 민간에 맡기자 이를 활용한 상업화 사례도 급격히 증가했다.

강 교수는 "이전에는 연구 결과물을 정부가 소유하면서 기업 등이 컨트롤하지 못했지만 베이돌액트가 나온 뒤 대학에서 동기 부여가 돼 상업화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며 "이후 대형 제약사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해당 연구 결과물을 사가는 일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도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강 교수는 한국이 차세대 글로벌 바이오허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데다 국민들의 혁신 수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원금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보스턴과 같은 바이오클러스터를 모방하는 것보다는 한국적 상황에 맞춰 성장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제화와 함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혁신 성과를 내기 위해선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본부장은 바이든 미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생명공학 이니셔티브가 한국 제약사들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10여곳 밖에 되지 않는데 국내엔 백신 생산 공장이 5개 있다"며 "글로벌 역량만 보유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 연구의 사업화를 위해 연구비 집행 방식 등에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기업과의 공동 연구에 연구비 집행 등을 늘려 기초 단계부터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 바이오기업 기술을 사오는 것까지 K-바이오·백신펀드에서 지원하는 등 폐쇄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산업 관련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유식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수석부회장(중앙대 교수)은 "국내 대학들의 논문 성과는 좋지만 사업화 성공 사례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CMO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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